2024년 10월 3일 목요일

윗사람을 깨닫게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한비자 철학 12. 세난)

 세난(說難): 군주에게 자기 의견을 진술하여 깨닫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군주의 마음과 맞지 않은 의견을 내보인 사례

군주가 명예나 높은 절개를 중시할 경우

[의견]   많은 이득을 가지고 설득

[결과]   지조가 낮아서 천박하게 군다고 보고 멀리함


군주가 많은 이득을 중시

[의견]   명예나 높은 절개를 가지고 설득

[결과]   세상 물정에 어둡다고 보아 받아들이지 않음


군주가 내심으로 많은 이익을 얻고자 하면서 겉으로는 명예나 높은 절개를 지키려고 처신

[의견1]   명예나 높은 절개로 설득

[결과]   표면적으로는 말을 받아들이지만 실제로는 꺼려함


[의견2]   많은 이익을 가지고 설득

[결과]   내심으로는 그 말을 수용하나 표면적으로는 그를 버리는 것 같이 꾸밈[/su_box]


자기 의견을 내보이기 전에 상대의 본심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자기 의견을 내보이려는 자는 기본적으로 군주가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다거나 군주가 원하는 방향과 다르게 이야기 한다면 그 말은 수용되기 매우 어렵다.


화자의 신변이 위험해지는 상황

군주가 비밀리에 진행하려는 일을 의도치 않게 들추었을 때

군주가 표면적으로 어떤 일을 추진하면서 실제로는 다른 일을 하려고 할 때 이에 대한 진행 상황과 진행 이유를 잘 아는 경우 (누설자로 의심 받을 수 있다.)

군주와의 관계가 친밀하지 않은 상황에서 가지고 있는 지식을 모두 내보일 경우

귀인의 허물에 대해 입 밖으로 드러내는 경우

귀신이 어떤 계획을 고안하여 자신의 공적으로 만들려고 하는데 그에 대한 내용을 잘 알고 간섭하는 경우

군주가 할 수 없는 일을 억지로 시키려 하고, 그만두게 할 수 없는 일을 억지로 그만두게 하려는 경우

모든 일에 대해 알고 있다고 내색하거나 이야기 할 경우 신변이 위험하다.

모든 일은 비밀이 유지되어야 성공하고 누설되면 성공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알고 있어도 모른체하고 모르고 있어도 언급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군주로부터 오해 받을 수 있는 상황

중신에 관한 일을 논할 경우

[군주의 오해]   자신과 중신 사이를 떼어놓으려 한다고 여김


신분 낮은 자를 거론하는 경우

[군주의 오해]   돈을 받고 좋은 인상을 심어준다고 생각


군주가 총애하는 사람에 대해 말하는 경우

[군주의 오해]   그를 이용해 접근하려 한다고 생각


미워하는 자에 관한 일을 이야기하는 경우

[군주의 오해]   군주의 의중을 떠보려 한다고 여김


간단하게 줄여서 말하는 경우

[군주의 오해]   재주가 없다고 여김


자세하고 광범위하게 말함

[군주의 오해]   잡박스럽다고 여김


사례를 생략하고 큰 뜻만을 이야기 함

[군주의 오해]   겁이 많아 할 말을 제대로 못한다고 여김


일을 충분히 헤아려 거침없이 이야기 하는 경우

[군주의 오해]   야비하고 오만하다고 여김[/su_box]


신하 또는 유세자로써 군주와 친밀한 관계가 아니면 자신의 의견을 내보인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어떤 식으로 이야기 하든 오해가 생길 수 있으니 이러한 오해를 감수하던가 예방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군주를 설득하기 앞서 친근해지기 위한 요령

자랑으로 삼는 것을 두둔해주고, 부끄럽게 여기는 것을 감추어 없애주는 것이 중요


군주가 사적으로 진행하고 싶은 일이 있을 경우

[대책]   공적인 의의를 부여하여 권함


군주 자신이 저속하고 잘못되었음을 아는 것에 대해 그만두지 못하고 있는 경우

[대책]   이 것의 좋은 점을 들어 지지함


군주 자신이 동경하는 일이나 자신의 부족함으로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

[대책]   그 일에 대한 허물을 드러내어 진행하지 못한 것에 대하여 칭찬함


군주가 어떤 일을 통해 자신의 지혜나 능력을 과시하고 싶어할 경우

[대책]   모른체하면서 많은 자료와 조언으로 돕는다.[/su_box]


설득하고자 하고자 할 때 말하는 요령

주변국과의 우호 관계를 맺게 하고자 할 때

[요령]   충분한 명분을 가지고 이해시키고 군주 자신의 이익에도 보탬이 된다는 것을 보여줌


위험한 일이나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경우

[요령]   이에 대해 철저히 밝혀서 어렴풋이 군주 자신에게도 화가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


군주를 칭찬하거나 잘못을 바로 잡아야 되는 경우

[요령]   유사한 행동을 취한 다른 사람을 칭찬하거나 이와 유사한 다른 일을 바로 잡아 보여줌


군주의 결점과 같은 것을 갖고 있거나 비슷한 실패를 한 자가 있는 경우

[요령]   별로 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며 감싸줌


군주가 자신의 역량을 자랑한다거나 자신의 계획이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경우

[요령]   어려운 일을 이야기하며 자랑을 방해하지 않고 실패한 경우를 이야기하여 빈틈을 드러나게 하지 않는다.


논지가 거슬리는 데가 없고 말씨가 저촉되는 데가 없으면 군주와 친근하게 되고 이로써 자신의 지혜와 변설을 마음껏 구사할 수 있다


관련 이야기

이윤이 요리사가 되고, 백리해가 노예 노릇을 함

(둘 다 현명한 사람들이었으나 가까워지기 위해 천한 일을 자청)

▧ 군주와 가까워지는 수단을 사용해 의견을 받아들이게 만든 일화

정나라 무공이 호를 치고자 할 때 관기사(대부)의 발언

▧ 군주가 겉으로는 명예와 높은 절개를 중시하나 속으로는 실리를 꾀하고나 하는 경우의 일화

송나라 부잣집의 무너진 담장과 도둑에 얽힌 이야기

(둘 다 옳은 주장을 하였으나 아들은 슬기롭다 하였고, 이웃집 노인은 도둑으로 의심 받음)

▧ 친밀한 정도에 따라 의견을 말한 자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다는 일화

위 군주와 미자화에 얽힌 이야기

▧ 동일한 사람이라도 시기에 따라 군주의 총애 정도가 다르며 동일한 일이라도 총애 받는 정도에 따라 다른 평가를 받게 된다는 일화


오랜 시일 같이 지내고 친해져 자기 의견을 내보여도 의심을 받지 않고 수용될 때가 되면 감추어 둔 일을 성공시킨다. 그리고 옳고 그른 것을 지적하여 군주를 바로 잡는다.

진실을 아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아는 것을 가지고 적절하게 활용 및 대처하는 것이 어렵다.

신하가 간언을 드리거나 담론을 펼 때에는 군주가 자신을 총애하는 정도를 따져 보아야 한다.

생각해보기

상대(군주)와의 친밀함이 중요하다.

인생을 살다 보면 상사나 윗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정도가 심한 사람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합니다. 이에 반해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는 자세로 윗사람이나 아랫사람이나 공평하게 대해는 것을 옳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앞서 말한 사람들의 행동을 옳지 않다고 여기며 싫어하기도 합니다. 싫은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다 보니 윗사람이 자기를 싫어한다고 오해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얼핏 보면 전자의 사람보단 후자의 사람이 더 멋지고, 옳은 인생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한비자 세난편에 따르면 후자의 사람은 개인의 신념에 대한 만족을 얻을지언정 목적을 달성하기는 어렵다고 말합니다. 상대(군주, 윗사람)를 설득하려면 논리의 치밀함, 상대의 스타일, 말하는 때와 시, 말하는 요령 등을 고려해야 하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와의 관계라고 말합니다. 친밀한 관계가 아니면 당신의 의견을 수용할 가능성은 적다고 한비자는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현명한 사람인 이윤과 백리해가 요리사와 노예가 되었다고 합니다.


옳은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모두 현명한 성인군자라고 한다면, 옳은 의견만으로도 받아드려질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대부분의 사람은 평범하고, 군주와 같은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군자조차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자신의 의견과 뜻이 옳다고 하지만 그것은 자신만의 생각일 뿐, 100% 옳은 진리가 존재할 수 없고 모든 사람이 동의하지도 않습니다.


그런 평범한(자신은 옳다고 생각하고 옳은 뜻을 펼치고자 하지만) 사람이 평범한 상대에게 자신의 의견을 수용하게끔 하기 위해서는 그와 친근해지고 그가 원하는 것과 그의 스타일에 맞게 가공한 의견을 가지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아는 것을 그대로 이야기하지 말아야 하는 때도 있음)  미자화 이야기처럼 같은 사람이라도 때에 따라 친밀한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윗사람을 대하는 일은 절대 안심해서는 안됩니다.


간신배가 되라는 말은 아니다.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해 아부, 아첨하는 간신배가 되라는 말이 아닙니다. 옳은 뜻을 품고 있는 유능한 사람이 윗사람(군주)을 설득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위험한지에 대한 이야기이고, 불완전한 현실에서 그 뜻을 펼치려면 추해 보일 수 있는 수단이라 할지라도 이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 하나 잠시 부끄럽고 세상을 바로 잡을지, 나 하나 당당하고 어지러운 세상을 내버려 둘지는 각자 고민해볼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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